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다 Life is not sheet music but performance

어흥 awheung
10 min readFeb 24, 2022

--

When I was studying abroad, I met a friend who studied extremely hard. I asked him why on earth he studied so hard, and he answered without hesitation. The answer was to meet a very great wife! Oh, really. His answer stayed in my memory for a long time because I felt his confidence that the better he studied, the better wife he would meet. It was a simple answer that reminded me that humans were a kind of biological creature that was obsessed with mating.

After a few years passed by, I met him again after he became a husband. He still was studying hard. I asked him why he was still so hard on himself even though he met such a great wife, and he just hesitated but didn’t give me an answer. If he died of an unexpected accident before he got married, would his frenzied life be meaningless? If so, wouldn’t our life also be that precarious? Actually, we don’t know when we will die. I can’t believe that our lives become bitterly meaningless just because we suddenly die before achieving our dreams. Does it make sense?

Soul by Disney Pixar Animation has the same question. Joe Gardner, who is the protagonist in Soul, works as a part-time music teacher in New York. He enthusiastically teaches students and eventually receives an offer for a full-time teaching position. His mother was tired of living with a husband who was an artist, so she is happier to hear the news than anyone. However, Joe has a dream. The Soul, that is the fire of his life, is right in jazz. His dream is to play a great performance and receive an ovation as a jazz pianist.

He doesn’t get an opportunity to make his Soul come true. One day he grabs the opportunity to audition for Dorothea Williams’s quartet that he has been admiring through his former student, and he passes. Finally the day when he can achieve the goal of his life and live a meaningful life comes to him. On the way home after hearing the news he passed the audition, he falls into a manhole and dies. Damn it. Joe in heaven can’t understand why his life came to nothing right before achieving his goal. He tries to bring his life back by hook or by crook. After making a lot of effort, he comes back to his life and plays with Dorothea Williams’ quartet.

Even though he returns to Earth, his life doesn’t begin again. When he realizes that life is not a predetermined means to a goal, and when he realizes Soul is not a spark of spirit, his second life begins. When he realizes that the meaning of life is not to be a famous musician, his life begins again. Life he got back is not only a life he wanted to live but a new life based on a new philosophy.

The new philosophy is soul jazz. Jazz is impromptu. The core of jazz is not being obsessed with sheet music but enjoying the moment, deviating from a trajectory, and naturally playing an impromptu performance. If life is soul jazz, the goal you’ve already planned is just a mark you’ve temporarily painted.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conquer your goal but to have your own style during the process of reaching the goal.

I met a student who studies extremely hard after becoming a teacher. I asked why he studies so hard, and he answered without hesitation. I like the moments I’m studying. Oh, really?! The answer stayed in my mind for a long time. It was the answer where I could feel his will to never give up today for great tomorrow. Humans are coincidental animals, so his simple answer reminded me that we are those who live a moment and die. It was an answer like a jazz pianist who plays life.

Written by Youngmin Kim, Professor of Department Political Science and Diplomacy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The Dong-a Ilbo

Translated by Seonhye Kim

유학 시절에 지나칠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하는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왜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좀 더 근사한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오, 그런가. 이 대답은 오래 뇌리에 남았다. 공부를 잘할수록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될 거라는 확신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인간이 짝짓기에 골몰하는 생물의 일종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간명한 대답이었다.

세월이 지나 유부남이 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니 그토록 멋진 배우자를 만나 결혼까지 했는데, 왜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 어라, 그는 머뭇거릴 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만약 그 후배가 불의의 사고라도 당해서 결혼하기 전에 죽었다면 그 치열한 삶은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삶은 너무 위태롭지 않은가. 사실 우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목표 달성 전에 갑자기 죽었다고 그 삶이 싹 무의미해져 버리다니. 그래도 되는 것일까?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은 바로 이 질문을 다룬다.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미국 뉴욕에서 파트타임 음악 교사로 일하고 있다.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친 덕분일까. 마침내 정규직 교사 제안을 받는다.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 남편과 사는 데 지친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도 이 소식을 기뻐한다. 그러나 조의 진짜 꿈은 다른 곳에 있다. 그의 삶의 불꽃은, 즉 소울(soul)은 바로 재즈에 있다. 갈채를 받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멋진 공연을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조는 좀처럼 자신의 소울을 실현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어느 날 옛 제자의 주선으로 평소 흠모하던 도로시아 윌리엄스 사중주단의 피아니스트 오디션 기회를 잡는다. 그리고 합격한다! 마침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고 삶이 의미로 충만하게 되는 날이 온 것이다. 이런.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 날뛰며 집에 돌아오다가 조는 그만 하수구에 빠져 죽고 만다. 저승에 간 조는 목표 달성 직전에 물거품이 되고 만 자기 인생을 납득할 수 없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갱생(更生)을 추구한다. 천신만고 끝에 조는 이승으로 돌아와 도로시아 윌리엄스 사중주단 연주에 참여하게 된다.

이승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조의 갱생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삶이란 미리 정해 놓은 목표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소울은 찾아내야만 할 기성의 불꽃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유명한 연주자가 되는 데 삶의 의미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갱생이 시작되었다. 이 삶은 그가 전부터 살고 싶어 했던 그 삶이 아니라, 새로운 철학에 기초한 새로운 삶이라는 점에서 진짜 갱생이다.

그 새로운 철학이란 바로 소울 재즈다. 재즈는 즉흥이다. 재즈의 핵심은 악보에 집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즐기고 궤도를 이탈해가면서 즉흥 연주를 얼마나 유연하게 해내느냐에 있다. 삶도 소울 재즈라면, 미리 정해둔 목표 따위는 임시로 칠해 둔 눈금에 불과하다. 관건은 정해둔 목표의 정복이 아니라,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자기 스타일을 갖는 것이다.

선생이 되고 나서 공부를 지나칠 정도로 치열하게 하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왜 그토록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공부하는 순간이 좋아서요. 오, 그런가. 이 대답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인간은 우연의 동물이며, 순간을 살다가 가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하는 간명한 대답이었다. 삶을 연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대답이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원문 The original text from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215/105413505/1

--

--

어흥 awheung
어흥 awheung

Written by 어흥 awheung

Story Translator 문화 전달자, UX Designer 유엑스 디자이너

No responses 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