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없는 십자가상 The Crucifix without a Cross

어흥 awheung
6 min readFeb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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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왕은철, 문학평론가, 전북대 석좌교수

Written by Euncheol Wang, Literary Critic, Jeonbuk National University Chair Professor

Translated by Seonhye Kim

권진규의 십자가 없는 십자가상, The Crucifix without a Cross by Jingyu Gwen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슬픈데 내막을 알면 더 슬퍼지는 예술품이 있다. 조각가 권진규의 건칠(乾漆) 작품 ‘십자가 위 그리스도’가 그러하다. 서른세 살의 나이에 십자가형을 받고 세상을 떠난 예수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런데 조각가는 삼베에 건칠 작업을 해 예수의 형상을 만들어 슬픔을 배가시킨다. 삼베의 거칠고 까끌까끌한 질감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느꼈을 고통과 고뇌를 반영하는 것만 같다.

‘십자가 위 그리스도’는 교회의 의뢰를 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그런데 교회는 좀 더 세련되어 보이는 성상을 원했던 모양이다. 고통에 일그러지고 우울하고 다소 평범해 보이는 예수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그들은 신성보다는 평범한 인간성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고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라고 달랐을까. 겉모습에 대한 집착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는 그가 위대한 근대 작가라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교회가 그랬듯 그의 작품을 냉대했을지 모른다. 하기야 당대의 평론가들도 그랬다.

작품에 대한 냉대에 상처를 받은 조각가는 작품에서 십자가를 떼고 자신의 작업실에 걸었다. 그것은 그가 3년 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런 상태로 걸려 있었다. ‘십자가 위 그리스도’라는 작품에 십자가가 없는 이유다. 그런데 십자가의 부재가 십자가를 더 환기하게 만든다. 안 보이니까 더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

작가가 이 작품을 제작한 것은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 3년 전인 1970년, 마흔여덟 살이었을 때다. 그는 건칠을 통해 예수의 마지막 모습을 재현하려 했다.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거칠어진 예수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던 거다. 사람들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 모습을 외면하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십자가 없는 ‘십자가 위 그리스도’는 유난히도 긴 팔을 벌리고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같은 고통과 슬픔 속의 우리를 안아주려는 것처럼.

It is sad enough hearing the original story, but this sculpture makes us feel more sad when we get to know about its back story. That is a Jingyu Gweon’s lacquered sculpture, The Crucifix without a Cross. It embodied Jesus who died at the age of 33 after being crucified. The sculptor created the shape of Jesus made of lacquered hemp cloth, and this material intensify the sadness. The rough and scratchy texture of hemp cloth is likely to reflect pain and agony that Jesus felt on the cross.

This work was produced by a request from a church. The church wanted a sacred image of God that looked more elegant, so the sculpture that was distorted by pain, was gloomy, and looked quite ordinary didn’t meet their expectation. They thought it was rather an average man than sacred God, so they rejected his work. We might have had the same opinion about it. We are the same as who are obsessed with appearance. These days he receives a reputation of a great modern artist, but if we were there at that time, we would have underestimated his work like the church did. So did the critics back in those days.

He got hurt by inhospitality about his work, and he put it in his studio after he took off a cross from the sculpture. It had stayed for three years until he passed away. That’s the story of The Crucifix without a Cross is derived from. However, the absence of a cross reminds us of a cross more. Being invisible makes being more visible, doesn’t it?

He made this sculpture in 1970 when he was 48. It was three years before he killed himself. He tried to recreate the last image of Jesus through applying lacquer. He wanted to contain the image of Jesus who was worn out and destroyed by pain. People disregarded his work which was far from elegance but started to pay attention to it many years later. Nevertheless, ‘Jesus on the cross’ without a cross has been waiting for us wide open with his exceptionally long arms. It seems like he is hugging those in pain and sadnes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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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어흥 awheung

Story Translator 문화 전달자, UX Designer 유엑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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